유이사의 해외 수출 비하인드 스토리 3탄

통신서비스를 말한다 2009/11/04 12:20
제너시스템즈



그리하여 우리 쪽 영업, 엔지니어들을 데리고 드디어 계약을 할 수 있다는 부푼 꿈을 안고 파키스탄 도착했다. 그들의 일정이 촉박한 관계로 엔지니어들은 실제 구축계획을 진행하고 우리는 돈과 관련된 부분을 마무리 하기로 하고 미팅을 나누어 진행했다.
 
막판에 우리가 너무 세게 보였는지 어땠는지, 원래는 GW등은 따로 계약하기로 하였으나, 제너가 제일 중요한 부분을 맡게 되므로 전체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앞단에 우리가 고객과 계약하기로 하고 GW, 빌링, 하드웨어 수급, 실제 라인작업 등의 SI 등을 우리 뒷단에 세우는 형태로 총괄하는 계약으로 바뀌게 되었다. 나 또한 무식하고 용감무쌍했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결국 이로 인해 나중에 예상치 못한 몇몇 어려움을 겪게 된다.) 총 계약 금액 1.7 Mil. 당시 한화로 약 17억에 해당되는 금액이며 우리 쪽 몫은 S/W로만 약 7억 정도 해당 되는 나름 짭짤한 계약이었다. 이 프로젝트 수주로 우리회사 해외수출 백만불 수출탑(-->해당기사 보기)을 처음으로 받게 된다.
 
이에 본사와 연락하여 상황설명을 하고, 무조건 계약을 이루어 낼 수 있으므로 본사에 최종 승인을 요청 하였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여러 부서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갑자기 여기저기 튀어 나오기 시작했다. 연구소는 ‘이제 하나로에 처음 납품하고 아직도 안정화 되었다고 말하기 어려운데 환경도 틀린 해외에 판다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했고 경영 쪽에서는 ‘파키스탄은 돈 안주기로 유명한 곳 인데 수금은 어떻게 할라고 하느냐? 포기 하라’며 소리를 높였다. SE들도 ‘유지보수 어떻게 할라고 하느냐 자신 없다’며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결국 아무도 좋다는 부서는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동안 설마 계약이 될까 하고 가만히 지켜보다 막상 계약이 될 것 같은 순간이 되자 여기저기서 여러 걱정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에 사장님 포함 각 부서장들 다 모여서 회의를 갖자고 요청하고 현지에서 상황 설명 다시 한번 하였지만 모든 부서장들은 또다시 같은 목소리를 내었다. 정말로 계약을 바로 코앞에 둔 나의 입장에서는 이 또한 황당해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사장님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사장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하시면 돌아갈 때 계약서 사인 받아서 갈 터이고, 아니면 내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철수하겠다고.


 
사장님께서 말씀하시길..

 “유이사 질러봐.”

 “Yes Sir!”

그리고 통화를 끝냈다.
 
그 다음날, 고객 쪽 사장이 면담을 요청하여 현지 SI 업체 사장과 동석하고 미팅을 시작했다. 연배는 나보다 한 10년 정도 더 되어 보이는 사장이 한 시간 정도를 강의를 시작하는데, (요지는 자기 파키스탄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온갖 소프트웨어 수입 다 해보고 SI로 잔뼈 굵었단 이야기로 시작하여, )결국 제너도 소프트웨어 판매 하는 거고 자기들로 하여금 첫 번째 레퍼런스를 파키스탄에서 만드는 것 같은데 하드웨어는 그렇다고 쳐도 우리 쪽 부분에 대해서만 반으로 쳐달라는 거였다.(이 무슨 소릴까요...ㅜ.ㅠ)
 
계약자로 선정되었다고 사인만 하면 된다고 하여 날라서 갔고, 본사에는 자신 있게 계약서 사인하겠다고 질러 놓은 상태에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머리통이 하얗게 변하면서

“!@#$^&*(%^*()@#$^”

이라고 바로 어떤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그때 같이 참석 했던 싱가폴 친구는 지금도 가끔
“!@#$^&*(%^*()@#$^”
라고 말합니다..^^;;
 

어쨌든, 순간적으로 상황판단을 해 보니, 이 친구들 어차피 시간 없고, 라이센스 자체도 조건부로 이루어진 거라 새롭게 처음부터 다시 벤더 불러 들인다는 것은 시간적으로 불가능할 터이고, 어차피 노텔과 같이 검토 하다가 우리로 넘어온 것은 이미 그쪽 가격 우리보다 높을 것이 때문이고 등등을 머리 속으로 정신없이 계산하고, 안 깎아주기로 마음 속으로 결정을 하였다. 정말 사람의 능력이란 것은 어떤 때 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한 순간이었지만, 이 프로젝트에 연관된 온갖 정보들이 머리 속에서 이리저리 조합되고 더하기 빼기 하고 순식간에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게 뭐 직감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맞는 건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심호흡 한번 하고나서 시작했다.
“나 여기 사인하러 온 거지 가격 협상하러 온 거 아니다. 이미 가격 관련해서는 열 번 이상 조정 끝내고 너희들이 사인하자고 해서 24시간 걸려 날라온 사람이다. 그리고 당신 이야기 충분히 이해하는데, 어떤 고객을 만나도 이쪽 NGN 시장이 워낙 초기라 레퍼런스 쌓는 거 아니냐며 정말로 한곳도 예외 없이 모두 당신들 같이 이야기 다 한다.
각 나라에 통신 사업자가 몇이나 된다고 생각하냐, 어느 나라 가도 10개 넘는 나라 없다. 게다가 통신 사업자 한군데서 사면 경쟁사들 같은 제품 잘 안 사려고 한다. 도대체 내가 여기서 몇 개 팔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소프트웨어? 당신은 수입만 해봤지 직접 개발 해봤냐? 개발 비용에 대한 개념은 가지고 있냐?”

부터 시작해서 나름 IT 쪽에의 경험을 살려 나 또한 30분 이상 강의를 했다.
 
결국 그 쪽 사장님과 나, 같이 있던 여러 사람 난감해지고 대충 그런 상황이 되었다. 다만 내 생각에는 이 친구들 어차피 딴 데 갈 수 없을 거란 확신이 있었기에 나름 도박을 해 본 것이다. 그리하여 두 시간의 미팅을 제대로 마무리 못한 상태에서
“그럼 우리 짐 싸서 다음날 출국 하겠다”

고 선언하고 바로 엔지니어 미팅 중인 옆방으로 들어가
“짐 싸라! 호텔로 철수”.

그리고 바로 모두 호텔로 철수했다.
 
여기서 잠깐, 협상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위와 같은 방법은 어찌 보면 사실 위험한 도박이다. 나 또한 어쩌다 한번씩 확신이 있을 때만 써먹는 방법이므로 아무 때나 따라하지 않길 바란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고객, 즉 팔아주는 쪽이 훨씬 좋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런 방법이 객기(?)로 끝날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호텔로 들어오자마자, 같이 갔던 영업인 고호성 대리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나하고 너는 ‘스타스키와 허치’다.” 한 시간 정도 있다가, SI 사장한테 전화해서 나 지금 완전 열받아서 내일 당장 돌아가는 비행기표 알아보란다고 했다

고 하고, 니가 어떻게 설득해 보면 약간의 여지는 있을 것 같지만, 워낙 골통 같은 사람이라 이미 감정적으로 돌아버려서 정말 힘들 것 같다 정도로만 던져 놓으라고 지시하고 우리끼리는 호텔에서 술 마시면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결국 사장 얼굴 세워주는 셈치고 조금만 깎아달라고 다음날 연락 오고 나는 버팅기고 고대리는 나 설득 한다고 하면서 술 한잔 하면서 시간 죽이기 모드로 연극하면서 그렇게 이틀을 죽인 뒤
 
우리 가격에서 2% 정도 깎아주는 것으로 합의하고 계약서 사인 완료!

 
나는 항상 영업을 하는 친구들한테 이야기한다.

영업은 마지막 잔금이 내 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절대 프로젝트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실제 계약서를 사인하고 본격적으로 구축을 시작하게 되는데.. 사인 하자마자 고객의 요청은 매뉴얼을 달라였다. 일정 자체가 워낙 급하게 돌아가고 있으며 고객들도 백지에서부터 시작하는 터라 자체 인력에 대한 교육은 그들에게도 매우 시급한 사안이었다. 근데 문제는 당사의 매뉴얼은 그 당시 국문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아무 생각 없었던 나로써는 그 정도는 당연히 준비된 것으로 생각했었기에 당시 백 개도 넘는 제안작성을 수행했던 경험이 있는 슈퍼맨 고호성 대리에게
“우리 정말 영문 매뉴얼 없는 거니?”

이 친구 왈
“저희가 제안은 수백 번 해봤는데 실제 계약은 한 건도 안 해봐서 계약된 이후의 프로세스는 전혀 없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여기서부터 나의 고행길은 시작된다.






글쓴이 : 유재원 이사 제너시스템즈 말레이시아 지사


사람마다 각자 자기 위치만큼 생각하고, 각자 역할이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 하나하나가 다 내 자식같은 것들이라서 그 경험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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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액주주 2009/11/04 12: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디어 제너가 해외에서 한번 승부를 보시려나?
    기대가 큽니다.

  2. 공대생 2009/11/04 15: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가 뭘까요?ㅋㅋㅋ 정말 드라마 같은 이야기네요. ^^

  3. BlogIcon 한창안 2009/11/04 17: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 있게 보았습니다. 책으로 출간 하여도 베스트셀러 당첨될것 같습니다. ^^ 다음이야기가 기대가 되네요 ..

  4. 테라텍-김상옥 2009/11/04 18: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업맨으로써 이사님의 심리 묘사가 생생합니다. 다음을 기대합니다.

  5. 궁금이 2009/11/05 03: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에는 어떤 국가쪽 프로젝트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6. 이원채 2009/11/09 10: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기업도 아니고, 제너시스템 같은 작은 회사가
    해외에 나가 달러를 벌어들여오는 것을 보면
    놀라울 따름입니다.
    정치인들 말만 앞섰지, 진정한 애국자는 이런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부심을 갖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 Favicon of http://xenerdo.com BlogIcon xenerdo 2009/11/09 14:31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많이 수주해와야죠.. 갈길이 멉니다만, 이원채님과 같은 분의 응원이 있다면 빨리 달성할지도 모르겠습니다.^^;

  7. 희망지기 2010/07/02 17: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드라마같은 이야기군요
    지금이야 웃고이야기 하시겠지만 그당시 정말 힘드셨겠네요

    도전정신이 정말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