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제너시스템즈의 사업이 국내와 해외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국내에서도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 이전, 아니 어찌 보면, 국내에서는 아직 그 가치를 알아주지 않던 그 시절에 해외에서 먼저 가치를 입증하자는 노력을 했었습니다. 그 대상은 Cisco Systems 였습니다. 그 노력의 결과로 해외에서는 Cisco Systems의 Brand와 라인업을 함께 하며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국내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가치를 다시금 평가받는 계기가 되어,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잘 보시면 그때 강용구 사장과 같이 동행했었던 제너 임직원들의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행복했었던 모습들이지만, 지금부터 써내려가는 글은 이 사진이 만들어지기까지 피를 말려야 했던
창립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작합니다...

MGCP를 선택하다
2000년 제너시스템즈를 시작하며 준비한 여러 제품 중에, 저는 MGC라는 제품 개발에 참여를 하였습니다. (MGC는 지금은 없어진(단종된) 제품으로서 현재 우리 회사의 핵심제품인 소프트스위치의 전신입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 한 가지의 큰 결정을 해야 했습니다. 2009년인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결정이었겠지만, 그 시점에는 너무 적은 정보를 가지고 판단할 수밖에 없던 내용입니다. 게이트웨이 제어 프로토콜로서 MGCP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Megaco를 선택할 것인가?

2000년 5월. 저는 여행가방을 꾸려서 Paris로 향했습니다. 비용을 아끼려 왕복 모두 2번의 Transit을 거치는 약 24시간의 편도 여정을 선택하고, 숙소는 하루 4만원쯤 하는 홈스테이를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목적은 Paris에서 열리는 VON Spring Europe에 참석하여 이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함이었습니다. 4일간의 출장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여 보고하고 검토한 결과 MGCP를 선택하여 MGC를 개발하기로 하였습니다.



프로토타입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

다 아시죠?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를...

2000년 제너시스템즈를 시작한 이후, 약 9월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시스템 설계에 투자하고, 하나로통신(현재의 SKBroadband) 등의 가망고객에 대한 세미나와 컨설팅에 집중하였습니다. 실제 개발목표 제품의 구현은 12월을 D-day로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9월의 어느 날 그 모든 일정을 2달을 앞당겨야 한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2000년 10월 셋째주 목요일에 Cisco Systems에서 우리 회사를 실사하러 온다는 것입니다. Cisco Systems와 함께 협력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 희망이 우선은 맘에 들어왔지만, 그러나 큰 한숨이 뒤따라 쉬지 않고 나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 당시 아직은 20명 수준의 적은 인원들 밖에 없었기 때문에 빈 책상들만 덩그러니 있고, 장비실이라고 해야, 랙이 한 개, 시험용 PBX 1대가 들어가 있는 4평 정도의 창고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초라한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것도 초조함은 물론, 아직 설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제품들을 2달 만에 코딩 과정을 거쳐 개발 제품, 아니 프로토타입 수준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섰습니다.
남아 있는 2달의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흔히 말하는 회사를 집처럼, 밤잠을 설치며… 몰두한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Cisco Systems의 실사 방문을 일주일을 앞두고 전체적인 프로토타입의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시험, 점검, 수정, 시험. 점검을 반복하며 충분히 안심하고 실사에 대비한 사전 연습을 반복했습니다.


D-4. 치명적 오류 발견

지금 돌이켜 보면, 너무도 우스운 어떻게 저런 실수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상황이지만, 그 때의 시점에서는 최선의 노력을 했으나, 너무도 커다란 오류를 범했습니다. 그리고, 그 오류를 발견했습니다.
상황은 단순합니다. MGC의 서비스를 이용하여 VoIP 통화를 하는 경우, 한 번, 한 번씩의 통화는 원활히 이루어지지만, 동시에 두 통화 이상을 진행하는 경우,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전 직원이 모여(그 때는 그랬습니다.) 논의했습니다. 실사 시에 한 통화 한 통화를 하도록 유도하자. 아니다, 2시간만 시간을 주면, 해당 부분의 오류를 수정할 수 있다. 제가 그 때 2시간을 요청한 사람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오류를 수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잠들지 않는 72시간
하루에 3~4시간씩 정도의 수면을 취하면서 몇 달을 일에 매달린 경험은 많지만, 전혀 1분도 잠을 청하지 않은 채 며칠 동안 작업을 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물론 오류 수정을 시작하며, 당연히 2시간 아니 길어도 4시간 안에 모든 상황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수정을 해야 할 부분은 시스템의 아주 기초 부분, 즉, 조금만 수정을 해도 시스템 전체의 관련 부분을 함께 수정해야 하는 영향력이 아주 큰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류를 수정해야 한다는 요구와 상위의 수정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며 수정을 해야 한다는 요구 등 양면의 요구를 맞추어야 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2시간이 지나고, 4시간이 지나고, 그리고 다시 8시간이 지나서 첫 번째 수정본을 냅니다. 실패.

다시 6시간이 지나 두 번째 수정본. 실패.

사무실에서 함께 대기하는 동료들도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다시 또 4시간이 지나서 수정본. 실패.

해가 뜨는 지, 지는 지도 모른 채, 식사는 김밥이나 사탕으로 대신하며 눈을 부릅뜨고 신경을 최대한 예민하게 가다듬었습니다.

목요일. 실사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하면 될 듯한 상황을 모두 덮어 버리고, 이전의 모습으로 대응하기로 결정합니다.

충혈된 빨간 눈들
지금 생각해 보면, 항상 열매는 성공의 결과로만 얻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새삼 되새기게 됩니다. Cisco Systems에서 실사를 나온 그 시간 조악한 수준의 PoC(Proof of Concept) 시연, 4평 남짓한 장비실, 그리고 제너시스템즈의 직원들의 충혈된 빨간 눈들만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장님께서 어떻게 Cisco Systems에 대응하셨는지 모르게 1시간여가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실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며, 실패다라는 말을 서로 되뇌였습니다. 그날 저녁 서로를 위로하며 삼겹살에 소주를 한 잔 했습니다. 정말 소주 한 잔. 그 이상은 지치고 힘이 들어 마시지를 못하겠더군요.


Epilogue
우리가 남에게 거짓을 사실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실수보다도 우리의 열정과 땀을 찾아볼 줄 아는 눈이 그들에게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사 후 여러 번의 교류 이후에 MGC와 SG를 가지고 Cisco Systems의 연동시험센터가 있는 호주로 1달여 여러 직원이 갔습니다. 우리 회사의 제품과 미국 타회사의 제품이 경쟁하여 진행된 연동시험결과 우리 회사의 제품이 더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하였습니다. 그리고, 해외의 여러 시장을 Cisco Systems의 브랜드와 함께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아무리 밤을 낮처럼 지새워도 충분한 준비와 노력이 없으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음을 압니다. 그러나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절대적 믿음과 그를 받쳐주는 헌신과 집중이 존재한다면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패의 한 가운데에서 72시간을 보냈던 2000년 10월 어느 날. 지금은 아련하지만, 아직도 선연한 눈동자의 충혈된 핏줄기가 마음 속에서 강하게 치솟습니다.



글쓴이 : 김재혁 제너시스템즈 기획조정실장


우리회사는 2000년 창업 이후 10번 째 해를 지나고 있습니다. 우리회사는 지금까지의 도전 속에서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자기개조와 기술개발을 시도하였습니다. 30년 후 제가 모든 현업에서 떠난 후에도 우리의 후배들이 초심을 보존하고 발전을 계속하는 제너시스템즈를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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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솟대 2009/08/12 13: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아릅다운 청년들입니다.

    이런 노력이 9개중 8개의 통신회사에 제너제품을 넣을 수 있는 원동력이었군요.

    제너는 10년이 된 중견기업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신들을 보면 중견, 기성을 거부하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 마음으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의 선두기업, 세게적인 기업이 되길 바랍니다.

    그러나, 지금 작은 결실이 스스로를 우쭐되게하고, 그 작은 기득권이

    청년때의 "72시간 우리"라는 열린마음이 아니라 "1시간을 뺏어서는 안된다는 나의 입장" 만 가진

    헛똑똑이가 된다면 제너는 나이는 먹어도 "보라돌이처럼, 뚜비처럼"행동하다

    세찬 세상의 파도에 휩쓸려 없어져 가는 기업이 될 것입니다.

    기업이 제대로 되려면 참업멥버가 잘 해야됩니다.

    당신들만의 성을 쌓고 기득권을 가지고 새로운 멤버가 합류하면서 만들어진 새로운 게임규칙을

    거부한다면 그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기는 참 힘듭니다.

    제너는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당신들의 기업이 아니라 사회의 기업이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청년때의 그 열정만있으면 세계는 제너의 것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제너 파이팅!!

  2. 이중곤 2009/08/12 13: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왠 메일이 날라와 들어와봤는데,
    제너시스템즈란 회사, 괜찮은 회사 같은데요?
    그래서 주식 한번 사볼까 하는데...
    주가는 영 신통치 않네요. 쩝쩝

  3. 박인철 2009/08/12 21: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변함없는 열정유지해주세요! 제너를 사랑하는 주주드림!!!!!!!

  4. 역전의 용사 2009/08/27 17: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 때는 그 놈의 오일 달러 좀 벌겠다고
    열사의 땅에 가서
    참 열심히 삽질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보면
    인터넷에 전화까지 달아서
    그것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1등이라니...
    꿈에서나 그리던 일들이
    현실이 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참 대단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