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모든 인쇄매체가 사라질까?

통신서비스를 말한다 2010/08/16 09:20


얼마 전 매뉴얼 제작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제가 하는 업무 중 하나죠^^;)

고객 입장에서 특별히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는 매뉴얼이기 때문에 당연히 책으로 만들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담당부서 과장님께 여쭤보았죠. 매뉴얼 제작이 완료되면 총 몇 부 인쇄하실 계획이시냐고요.
그런데 인쇄할 필요가 없다고 하십니다.
PDF로 고객에게 직접 전달할 계획이기 때문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요즘에는 비단 매뉴얼뿐만 아니라

책, 잡지, 신문 등의 인쇄매체가 소프트카피로 대체되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인쇄를 안 하면 비용이 절감 되고 사용/공유하기에도 더 편하고 문서 업데이트도 쉽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그린 IT의 일환으로 소프트카피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 이래저래 한 달에 넘기는 책 페이지보다 클릭하는 웹 페이지가 더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소프트카피나 인터넷을 활용해 정보를 찾는 방법이 훨씬 더 쉽고, 더 빠르고, 더 정확하기도 하기 때문에 굳이 인쇄매체를 찾을 필요가 없는 것이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상의 모든 인쇄매체가 사라지는 게 아닐까?' 하는 '인쇄매체 위기설'이 심심찮게 여기저기서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아직 '설'이긴 하지만 가능성은 있습니다.
각종 전자북,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다양한 디지털 제품의 등장으로 이 가능성은 더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인쇄매체를 대체할만한 다양한 뷰어 프로그램들과 서비스가 급속도로 우리 생활 속에 자리잡게 하고 있으니까요.

가판대에서 잡지와 신문을 사서 보기보다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인터넷에 들어가 실시간 뉴스를 보는 것이 더 익숙해졌죠.
어느 정도 크기의 액정 사이즈와 코덱 지원만 된다면 피처폰에서도 글을 읽을 수 있는 것이 오늘날입니다.
아이패드가 있다면 손가락 터칭으로 실제 책을 넘기는 효과까지 맛보며 읽을 수 있습니다.

아, 이러다 정말 인쇄매체가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닐까요?


불현듯 크리스찬 베일이 시종일관 심각한 표정으로 출연해주시는 영화 '이퀼리브리엄'이 생각납니다.
이퀼리브리엄
감독 커트 위머 (2002 / 미국)
출연 크리스찬 베일,테이 딕스,에밀리 왓슨
상세보기


이퀼리브리엄의 내용은 간단히 이렇습니다.

지구에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 몇몇 사람들만 살아남게 됩니다.
그 사람들은 인류를 재앙으로 몰고 가는 전쟁의 원인이
사람의 분노, 슬픔 등의 감정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죠.

그래서 감정을 철저히 통제하는 사회-리브리아를 건설합니다.
사람들은 프로지움이라는 약을 복용해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끔 스스로를 제어합니다.
무서운 것은 감정을 유발하는 책, 예술품 등의 인쇄 매체를 모조리 색출해서 불태워 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리브리아에는 점차 인쇄매체의 씨가 마릅니다.

모든 것은 개인 모니터나 클라우드 시스템에서
뿌려주는 길거리 대형 스크린을 통해서 소통하게 되죠.
사람들은 획일적이고 기계적이며,
그런 사람들이 살아가는 리브리아는 참으로 냉랭하고 무미건조합니다.

킨들, 아이패드, 각종 스마트폰 등과 같은 디지털 기기가 인쇄매체의 역할을 점차
대신하다보면 리브리아 같은 지구가 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영화니까 비약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있겠지만,
종이 한 장 날리지 않는 리브리아의 차가운 삭막한 분위기가 디지털 기기의 발달을
계기로 우리 현실에서도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자주 방문하는 김국현님의 낭만IT 블로그의 만화를 한 번 보세요.
참고로 왼쪽 만화의 제목은 ‘스마트폰과 회식’이고 오른쪽 만화의 제목은 ‘트위터의 수다’ 입니다.
 


만화가 남 일 같지 않네요^^;;  저 역시 회사 분들과 모인 자리에서 저러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모니터, 액정화면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지는 만큼 사람과의 대화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아이패드나 스마트폰 같은 잘빠진 기기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되니까요.
회사나 학교나 길거리에서나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자기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읽고 싶은 글을 볼 수 있으니
굳이 옆 사람과 이야기할 필요가 없겠죠.
아마도 책장을 넘길 때의 설렘과 맞잡은 손의 부드러움,
편지봉투에 담긴 애절함은 케케묵은 옛날 이야기가 돼버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뛰어난 기술은 사람의 삶을 더 윤택하고 편리하게 합니다.
분실과 훼손의 위험이 있고 비용도 많이 들고,
게다가 공유하기도 힘든 인쇄매체의 역할을 대신 해주는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역시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차갑고 냉랭한 '리브리아' 를 떠올려보면 
기술력 뛰어난 디지털 기기들의 활성화가 왠지 꼭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인쇄매체가 주는 따스함을 자꾸 잊고 살게 되니까요.

그렇다고 디지털 기기의 발전을 반대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또 디지털 기기가 발전한다고 해서 영화에서처럼 인쇄매체를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 있을 것
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출처:플리커/guy_incognito

다만 가끔씩은 각종 액정 화면을 떠나 가까운 서점에서 책장을 넘겨본다든지,
가판대에서 파는 신문을 사서 요리조리 접어가며 보는 불편한(?) 여유와 풍요로움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영화의 제목에서도 나오듯이 이퀼리브리엄은 평형이라는 뜻입니다.

이퀼리브리엄(출처:네이버백과사전)
일반적으로 물체 또는 물질의 상태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있으면서 그들의 효과가 서로 상쇄되는 상태를 말하며 원래는 물체의 무게를 측정할 때 천칭이나 대저울의 대가 수평으로 되는 데서 생긴 말이다.


그들의 효과가 서로 상쇄되는 상태를 뜻하므로 우리 세상의 감성적인 물질들과 디지털기기간의 이퀼리브리엄이 잘 조율되기를 바랄뿐입니다.

물론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달려있겠지만요..




이지윤 사원
[돌릭:제너두홀릭]
이제두 저제두 제너두 서핑에 폭 빠져 사는 TW이 지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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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youngminc.com BlogIcon 영민C 2010/08/16 1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퀄리브리엄에서의 모습까지는 아니겠지만 아무튼 상상이 잘 안되네요. ^^; 설마 사라지겠어요??? ㅎㅎㅎ

  2. Favicon of http://kkolzzi.com BlogIcon kkolzzi 2010/08/16 11: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쇄소를 경영하시는 외삼촌께서는 아이폰의 등장으로 인해 매출이 현저히 줄었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향 후 종이가 사라진다는 소식에 안타까워 하기도 하셨지요. 어떻게 세상이 변할 지 궁금합니다.

  3. 총각네 2010/08/16 13: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출판사 장님들도 안절부절하신다고 들었습니다.
    e-book 때문에요.

    그런데 갠적인 바람은
    인쇄매체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종이신문부터 퇴장해줬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공해니까요.
    특히 조중동....

  4. 구룡 2010/08/17 12: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자책이 대중화가 된다면 일장일단이 있겠죠?

    장점은 언제 어디서나 자기가 보고자 하는 책을 볼 수 있고,,,아무래도 저렴하겠죠...

    단점은 e-book 때문에 식사시간이나 여가시간에도 대화나 교제시간이 제한받을 것 같습니다,,,

    고로,인간관계나 교우관계에 나쁜 쪽으로 영향받겠죠...

    그리고 출판계에도 거대한 지각변동이 올 것이고 아마도 제2의 탈종이혁명이나 지식혁명(?)이 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상상 예측해봅니다

    아무튼 이 사이트로 인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생각케하고

    또 미처 알지 못 한 첨단용어나 지식을 알게 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무더운 날씨에 다 들 몸조심하시고 화이팅하시기를......

  5. Favicon of http://sohpee.blog.me BlogIcon 행인 2012/03/28 13: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6. Favicon of http://sohpee.blog.me BlogIcon 행인 2012/03/28 13: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하~ 너무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글이 제 마음을 위로할 정도로 말이죠. 인쇄매체가 사라지고 있는게 사실인데 참 안타까워요. 인터넷속의 활자와 종이위의 활자는 느낌이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전자가 더 가벼운 느낌? 그래서 지식자체가 덜 진지한 느낌? 아무래도 종이에 쓰는건 지울 수 없으니 그만큼 정성이 들어가겠죠 ㅎㅎ 맨 마지막에 말하신 이퀼리브리엄. 꼭 그리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