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회선을 제공하는 회사와 인터넷전화 서비스 회사가
다르면 과연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는 것은 그래도 통신 서비스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경우다. 인터넷회선과 인터넷 전화, 인터넷
TV 등 같은 회사의 서비스를 묶음으로 이용하면 요금이 싸다는 결합상품이 워낙 광고가 많이 되기 때문에 각기 다른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각기 다른 인터넷회선과 인터넷전화 인터넷 TV는 사용할 수 있다.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 아니 문제가 없어야 한다. 바로 이런 이슈를 두고 크게는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망 중립성은 최근에 나온 이슈가 아니다. 민간에 인터넷이
보급되던 1990년대 초부터 망 중립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며 꾸준히 제기된 이슈이다.
인터넷은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라고 한다. 수많은 네트워크들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인터넷이라고 부른다. 나라별로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들이 국가간으로 연결된 것이 인터넷이라고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인터넷이 출현하기 전 국제전화도 넓은 의미에서 인터넷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이해하는
인터넷은 데이터통신을 이야기하지만 당시의 국제전화는 음성통신이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인터넷은 물리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의 구성에서 출발한다. 물리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관리하면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ISP(Internet Service Provider)라고 하는데, 인터넷은 이런 ISP의 인터넷 네트워크 서비스 위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공존하고 있다.
Google이나 Yahoo!, Daum, Naver 같은 사업자들은
일종의 CSP(Content Service Provider)들이다. 줄여서
CP(Content Provider)라고 부르기도 한다. 검색이나
포털 같은 웹서비스도 일종의 콘텐츠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터넷 사용자들이 많이 접속하여
네트워크 트래픽을 많이 일으키는 업체들이다.
네트워크 트래픽은 데이터 통신량이라고 보면된다. 어떤 서비스에 접속 요구가 많고 전송할 데이터가 많으면 트래픽이 많다라는 표현을 한다. 텍스트를 전송하는 것보다는 사진 같은 이미지가 전송량이 많고, 동영상이
전송되면 데이터량은 급속히 늘어난다.
인터넷을 사용하던 초기에는 1Mbps 미만이었으며, 점점
1Mbps, 2Mbps, 5Mbps 등으로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으며, 최근엔 대부분의
가정용 인터넷속도는 100Mbps급이다. 못해도 10Mbps는 넘는 그야말로 초고속 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다.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은 초당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의 량이 많아진 것이다.
인터넷회선 속도가 빨라진 것은 ISP 등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물리적으로 회선을 늘이고, 전송방법을
개선시켰기 때문이다. 망의 양쪽 끝에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과 장비를 도입하여 더
많은 사용자가 연결되어도 빠르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이러한 네트워크 인프라의 개선과 발전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더욱 풍부한 콘텐츠와 멀티미디어 콘텐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혜택은 모두 인터넷 사용자들이 볼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였다.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비용을 들여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회선을 늘이는데 비해, 서비스
사업자들이나 소비자들은 비교적 저렴한 요금으로 빠른 인터넷 서비스 제공하고 이용한다는 점이었다. 즉, 불균형에 대한 문제를 ISP들이 제기하기 시작했다. 또한 ISP 사업자들 사이에도 불균형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형사업자들과 소형사업자들이 누리는 혜택은 비슷한 반면 투자비는 대형사업자들이 더 부담하는 구조가 된 것이
문제였다.
어느 순간부터 인터넷서비스 사업자들은 자신들의 자산인
네트워크 인프라를 통해 서비스나 속도 등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다른
ISP에게도, 서비스 사업자들에게도, 또한 소비자들에게도
선별적으로 트래픽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돈을 더 지불하는 서비스 사업자에게 원활한 트래픽을
제공하는 일종의 비용에 의한 차별화를 시도하였다. 즉, 동일한
물리적 회선에서 서비스들 사이의 경쟁이 발생하였을 때, ISP에게 돈을 더 지불하는 서비스 사업자에게
우선권이나 속도에 이익을 주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또한 일부 트래픽을 많이 발생시키는 소형 네트워크
사업자에게 연결점을 제공하지 않는 대형 네트워크 사업자들도 나타나게 되었다. 때로는 접속비용을 높여
과도한 트래픽에 대한 대가를 높게 책정하는 일도 발생했다.
또한 일부는 네트워크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서비스 제공 자체를 막은 경우도 종종 일어났다. 예를 들어, 경쟁사의
인터넷 TV 서비스를 자사의 고객에게 속도를 제한하거나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는 등의 일이 발생한 것이었다.
망 중립성은 네트워크 투자와 인터넷 발전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정의하는 중요한 논의로 발전했다. 네트워크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망
중립성에 반대하고 있으나,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Service
Provider)와 소비자들은 망 중립성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
네트워크 제공 사업자에 의해 (주로 비용제공을 우선으로) 선별적으로 서비스가 우선 제공되고, 때에 따라서는 서비스가 거부될 수도, 접근이 제한될 수도 있다면, 네트워크는 공평하지 못하게 운영되며 이는 결국 인터넷이 퇴보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출발한 개념이었다.
2000년대 중반에 들어 네트워크 사업자들과 서비스 사업자, 소비자들은
망 중립성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망 중립성이 보장되면 효과적인 인터넷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사업자들과 인터넷 발전을 위해서는 망 중립성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서비스 제공 사업자와 소비자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최근 망 중립성 논의는 인터넷의 발원지인 미국에서
결론이 정리가 되는듯하다. 미국의 망중립성에 대한 입장이 곧 전세계적인 망 중립성 논쟁에 대한 종지부를
찍을 수 있기 때 문인데,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는 망 중립성을 지지하는 입법안을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망 중립성은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의 형평성과도 관계가
깊다. 망 중립성이 보장되지 못할경우 특히, 인터넷전화나
인터넷 TV같은 상시적으로 높은 대역폭을 사용하는 서비스의 경우 네트워크 사업자에 따라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거나 원활하게 제공되지 못할 수 있다.
자사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사용자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으며, 결국 서비스 사업자들은 네트워크에 의해 사업의 승패가 갈리는 일이 발생하게 되며, 결국 공정경쟁을 할 수 없는 구조가 되어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돌아간다. 만일
망 중립성이 보장되지 못하면 특정 인터넷회선에는 특정한 회사의 인터넷전화만이 품질이 뛰어나고, 경쟁회사의
인터넷 TV를 제공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처럼 망 중립성은 우리가 가정과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인터넷회선과 서비스의 형평성을 논의하는 중요한 이슈이다. 인터넷전화,
인터넷 TV 등 인터넷서비스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이슈이다.
다만, 망
중립성만을 너무 강조할 경우 이를 악용하는 사용자들에 대한 제재가 약해질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모든 콘텐츠를 동일한 잣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저작권을 위반한
영화나 음악 같은 불법 콘텐츠의 경우에는 망 중립성의 이유로 제한받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른바 헤비 업로더들과 불법 다운로더들은 망 중립성의
혜택을 봐서는 안된다. 예외적으로 이런 불량 사용자들은 네트워크의 건전성을 위해서라도 제재를 가해야
한다. 물론 기술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다. 그 이상으로
감시되어서는 안되지만 말이다.
망 중립성은 항상 밝은 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는 인터넷을 더욱 발전시키는 중요한 개념이다. 네트워크
사업자들도 인터넷의 발전위에 자신들의 성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동참해야 할 것이다.
망 중립성에 대한 지지는 곧 인터넷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다.
글쓴이 : 킬크 (킬크로그 : http://cuse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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