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직원들에게 ‘기본에 충실하자.’ 라는 당부를 드렸습니다.
분명 저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직원들은 해석이 제 각각이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우리 사회가 ‘기본’이란 말을 상황에 따라 참 다양하게 쓰고 있더라고요.
기본이 안된건 예의없다?
주로 나이 드신 분이나 직장 상사가 ‘그 녀석은 기본이 안됐다.’고 할 때,
이때는 주로 예의가 없거나 태도가 좋지 않을 때, 쓰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일본의 어느 고등학교 야구부 (우리로 치면 서울대 야구부 같은 데)가 큰 대회에서 우승을 했는데,
감독이 우승 비결을 “우리 아이들은 시간 약속을 잘 지키고 예의범절이 바르다.”고 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기본’이 되어 있으면 야구는 저절로 잘 할 수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학생, 의사, 경찰의 기본은 무엇인가?
그런가 하면 우리 아이들에게 공부라는 답을 기대하면서
‘학생의 기본이 뭐냐?’고 물을 때는 자기 직분, 본분, 맡겨진 사명, 임무, 미션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의사의 기본이 뭔가? 경찰의 기본이 무엇인가? 당연히 환자 치료, 치안 유지와 같은 것이겠지만,
본분을 망각한 채 자기 직분을 다하지 않는 것을 꾸짖을 때 주로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누가 ‘CEO의 기본이 뭐요?’ 라고 물으면,
그것 역시 CEO 역할을 똑바로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기 위한 시작일 것입니다.
또 있습니다. ‘기본으로 돌아 가자.’, ‘기본부터 시작하자.’ 는 얘기입니다.
이때는 ‘본질의 추구’ 나 ‘핵심으로의 단순화’ 를
의미하는 경우인 것 같습니다.
처음이나 초심이란 것 하고도 비슷한 것 같고요.
일이 복잡하게 꼬이고 혼란스러울 때,
뭔가를 단순화해서 답을 찾고자 할 때,
우리는 이런 말을 합니다.
‘나는 왜 이 사업을 시작했는가?’,
‘내가 사업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는 핵심 경쟁력은
무엇인가’ 등등
약에 비유하면, 효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지만
오랫동안 더 멀리 뛸 수 있는 체력을 제공해주는 '보약' 같은 생각이 여기에 해당될 것입니다.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 원기 충천할 수 있지만
몸에는 해로운 '각성제'가 아니라 말입니다.
정말 이런 기본으로 돌아가 마음을 비우고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는 경우를 종종 경험합니다.
기본을 지키자?
‘기본을 지키자.’, ‘기본을 바로 세우자.’고 할 때는 기준이나 절차, 준법, 원칙을 뜻합니다.
우선, ‘빨간 불에는 길을 건너지 않는다.’가 기본을 지키는 것이 되겠지요.
그러나 이것은 어떻게 보면 여기서 얘기하는 기본의 1단계라고 해야 할까요?
기초질서, 준법의 차원이니까요.
2단계의 기본은 법을 지키는 것 뿐만 아니라 편법도 쓰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간혹 효율성이란 미명 아래 이런 유혹에 빠지게 되는데, 듬성듬성 건너뛰기, 대충 무마하기,
빨리 하고 보기 등등
단기적으로는 이윤이 남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보이지 않는 손해가 더 클 확률이 높습니다.
3단계는 준법, 편법 차원을 뛰어넘는 약간은 도덕적인 차원의 얘기입니다.
교차로에서 차가 막혀 있으면 자기가 갈 수 있는 파란 불이 들어와도 가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원칙의 차원 다르다' 라고 해야 하나요?
기본이 약하다.
끝으로, 가장 자주 쓰는 ‘기본이 약하다.’도 있습니다.
기초, 기본기를 의미하는 경우입니다.
가령 영업하는 사람이 소통 능력이 약하거나, 제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면 ‘기본’이 약한 것이 되겠지요.
이와 관련하여, 저는 우리 회사 영업하시는 분들에게 활동 과정을 기록으로 상세히 남기라는 주문을 합니다.
차가 잘 달리려면 도로가 잘 닦여 있어야 하듯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주먹구구식이나 개인기에 의존하는 영업방식으로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기본에 해당되는 일이 되겠지요.
이 밖에도, ‘기본’ 에 관한 저의 질문은 계속됩니다.
그래서 아직도 명쾌하게 내가 말하고 싶은 ‘기본’ 이 무엇인지 우리 직원들에게 얘기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 가장 초보적인 것조차 갖추지 않고 겉멋만 부리고 있지는 않은가?
-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등한시 하고 새로운 것, 특별한 것만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
- 톡톡 튀는 사람만 눈에 들어오고 조용히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에겐 소홀하지 않았는가?
- 무슨 일이 있을 때, 사실 관계 확인은 뒷전이고 흥분부터 하고 보지는 않는가?
- 주식투자를 하더라도(저는 하지 않습니다만) 스스로 기업 내용을 꼼꼼히 살피기보다는 남의 말에만 현혹되지는 않는가?
- 골프를 처음 배우면서 그립 잡는 법은 대충하고 멀리 치려고만 하지는 않는가?
- 보이는 것만 잘 가꿔놓고 보이지 않는 곳은 방치해 놓고 있지는 않은가?
글쓴이 : 강용구 CEO
연세대 전기공학
대우통신
전자통신연구원 (ETRI)
데이콤연구소
現 제너시스템즈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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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좋은 인사이트 잘 보았습니다. 저도 컨설팅 회사들의 전략 수립에 대해서 회의적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우수한 인재들이 문제 진단을 하고 최상의 루션을 내놓는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문제는 프로세스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컨설팅펌과 같은 change agent들이 전략을 수립해주면 실행은 내부에서 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그러한 전략을 실행할 때 에이전시를 통해서 하기 때문에 전략과 실행의 불일치가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내부에서 컨설턴트의 역량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거나,컨설팅펌이 실행까지 하거나, 에이전시가 컨설팅까지 해야 되지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컨설턴트의 역량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는일은 참 어렵지요.
그리고 외부 컨설팅에 대한 신뢰를 깨트리거나 구축하는 것도 컨설팅회사의 몫이라고 봅니다.
멜랑꼴리 2010/03/08 2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적 민주주의의 토착화란 말이 있었지요.
10월유신, 장기독재를 뒷받침하는 논리로요.
한국상황(=특수성)을 민주주의(=보편성) 보다 우위에 놓는
거짓논리를 가지고 혹세무민한 것이지요.
강사장님 논리는 그 반대군요.
혁신(=보편성)은 기업현실(=특수성)이 제대로 반영된 것이어야
한다는 말씀이니까요.
아무트 보편성과 특수성 중에 어느 쪽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문제는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네. 맞는 말씀입니다.
기업현실에 맞는 혁신이 제대로 되어야 할 것 입니다.
좋은컬럼 잘 읽었습니다. 인재를 키우기보다는..재단해서만 쓸려고 하는 자들에게 좋은 경종이 되어줬음하는 바램이네요~
감사합니다^^;
인재를 잘 키워서 내부에 좋은 인력이 있어야 기업의 혁신도 기업에 맞게 잘 재단되겠죠.
강용구 2010/03/09 14: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3년만에 건강검진을 다녀 왔습니다.
수많은 기계속을 드나 들면서 요것들이 도대체 뭘 알고 싶어서 저를 이렇게 힘들게 할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에 건진센터 의사께서
"결과가 나오면 아마도 지금까지의 생활이 많이 바뀌지 않을까요? 라고.."
그 분 말씀대로 제가 제 몸 상태를 잘 알면 정말로 변화할까요?
제너시스템은 직원들 가족까지 건강검진을 시켜준다고
신문에서 본 것 같은데...
어떻게 3년만에?
몸 상태를 아시고 생활이 변화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ㅎㅎㅎ
그래야 CEO칼럼도 열심히 써주실테니까요.
컬럼 잘 읽어보았습니다.
역시나...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군요.
불탄님이 그런 생각을 하신다니..ㅋ
운영자도 읽으면서 항상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더라구요
위에 사장님께서도 직접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만^^;
쉽지 않은 일이죠..ㅜ.ㅠ